이번 주는 기획부의 신입생! 111기 김지용 씨가 작성해주셨습니다:)
관찰보다는 애정이, 애정보다는 실천이, 실천보다는 입장이 더 중요 합니다. 입장의 동일함은 관계의 최고 형태입니다. 이건 신형복 작가님께서 책에서 하신 말씀입니다. 제가 어릴 적 누군지도 모르는 신형복 작가님을 선생님으로 삼았던 적이 있습니다. 작가님께서 쓰신 책을보고 말이죠. 얼굴도, 이력도 모른 채 그저 그가 쓴 문장이 내겐 가르침이었죠. 학원을 다니지 않았던 저는 작가님이 내게 할 말을 상상으로 꾸며내곤 했습니다.
관계의 최고 형태는 동일함이란 말은, 같은 입장이어야만 최고의 형태라는 말이 아닙니다. 동일한 입장이 되어 보아야 그를 이해할 수 있다라는 뜻에 더 가깝겠죠. 그러나 우리는 동일한 입장이 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한 사람의 역사는, 나와 매우 다르기 때문이죠. 그래서 우리는 너를 이해못해 라는 말보다, 나는 너를 이해해, 하지만-이라는 말에 더 상처 입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를 이해함에도 나와는 다른 선택을 하는 상대방이 나는 이해가가지 않기 때문입니다. 곧이어 나는, 이 사람이 이해하는 척 하는 것이라는 걸 깨닫게 됩니다. 이 과정은 상처가 수반되죠.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히는 것과 비슷하달까요. 우리가 오래도록 가지고 있는 흉터의 원인은 대부분 소중한 가족들이 만들어낸 것처럼 말이죠.
앞서 말한 입장이 동일해지려는 노력을 우리는 ‘공감’이라고 부릅니다. 공감을 위해선 뭐가 필요할까요? 대부분 역지사지를 떠올릴 텐데, 거듭 말하지만 역지사지란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역지사지 또는 입장의 동일함에 가까워지는 일 중 가장 좋은 선택은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어렸을 적 선생을 만들어냈듯이 책을 읽는 그 순간 그 인물이 되는 것 같습니다. 커리 선정작 <나는 옐로에 화이트에 약간 블루>를 읽고 우린 잠시 남의 신발을 신어볼까하는 고민을 해보았던 것 같습니다.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