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멤사는 25-1 사암의 회장, 118기 김영수 님께서 작성해주셨습니다.
안녕하세요 118기 김영수입니다. 반가운 얼굴인 119~120기부터, 참으로 많은 우연의 결과로 스치듯 만난 121기까지 만나고 나니 어디선가 감정이 몽글몽글 피어오른 지난 BOD였던 것 같습니다.
제 이야기를 잠깐 적어볼까요? 저는 보통 덜컹덜컹 지하철을 타고 신촌으로 향했습니다. 학교 기숙사에서 멀리 있진 않지만, 나름 고속으로 달리는 지하철을 이동해야 하는 거리이지요. 늘 변함없는 익숙한 리듬에 맞춰 역을 이동했습니다. 조금만 딴짓을 하고 있다 보면 금방 신촌에 도착합니다. 그 공간은 낯설지 않습니다만, 햇살은 매번 조금씩 낯설었습니다. 주중 며칠동안 매일 고생하다가 반갑게 마주한 주말의 여유와 해방감이, 그리고 낯선 사람들의 여유로운 움직임 따위가 늘 새롭고 포근하게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대략 세시 조금 넘어서 신촌의 어느 공간으로 모이다 보면, 제법 재미있는 일이 일어납니다. 익숙하게 있던 학교를 떠나 지하철을 타고 신촌에 와서 수 많은 건물 중 어느 건물의 계단을 올라가서 문을 열기만 하면 놀랍게도 익숙한 아늑함이 있습니다. 열자마자 익숙한 목소리가 들리지요. 보통 둘에서 셋 정도는 복도에서부터 뭐라 뭐라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때론 늘 있던 사람이 당연한 듯 미리 앉아서 ‘어~ 왔어?’ 부드럽게 인사해 주기도 하고요. 가끔 오랜만에 보이는 사람이 있으면 ‘이야!! 왜케 올만이야’ 라고 목소리가 높아지기도 하는데, 보통 둘중의 하나 대답입니다. ‘아냐~ 나 지지난주에도 나왔어!’ 라던가 ‘하핳 미안미안 나 바빠가지고’ 하면서 멋적은 웃음을 짓곤 합니다.
방 안에 들어가면, 정신없이 칠판에 무언가를 적고 있는 누가봐도 사회자가 있습니다. 가만히 앉아서 자기 할 것들을 점검하는 친구도 있고, 시끌벅적 이방 저방 돌아다니면서 얼굴 보는 것을 참지 못하는 친구도 있습니다. 절대 생돌에 빵구는 없다 라는 0순위 인수인계를 받았을 편집부원들은 부랴부랴 인쇄소에서 생돌을 챙기느라고 늦게 도착하는 친구도 종종 있습니다. 계절에 따라 방이 너무나 추워서 오자마자 리모콘 부터 찾기도 하고요, 어떨때는 그 춥던 방이 그렇게 더워서 에어컨을 키기도 합니다. 분명 누군가는 학생이란 사람이 펜은 안들고 다녀서 생돌 러브레터를 쓰는데 옆사람에게 빌려달라고 이야기하고, 그러면 보통 “어 그래’ 하고 뒤적이던 사이 또 다른 친구가 ‘여기 이거 써’ 하고 펜을 건네주곤 했습니다.
그날 12시 오후부터 정모 테이블 배치를 위해 누군가는 노트북이나 태블릿을 열고 나름의 고민을 했을겁니다. 분명 누군가는 발제 댓글을 제시각에 적지 않았을거고요, 나름의 과정을 거쳐 공지방에 글을 업로드 했을 겁니다. 지난주 공지를 복붙하다가 정기모임의 횟수를 틀린다던가, 날짜를 잘 못 적은걸 꼭 보내고 나서 발견해서 ‘삭제된 메시지입니다’ 가 공지방에 올라오곤 합니다. 분명 누군가 상습적으로 투표를 안했거나 상습적 지각을 하는 요주의 인물이 있습니다만은 ,아무리 그래도 대부분 당일 결석 같은 일을 내지는 않고 조금씩 조금씩 스스로를 점검하고 배우곤 했던 것 같습니다.
특히 아직 가지고 있는 것이 고등학교 졸업장뿐인 우리 대부분의 미숙한 신분을 고려한다면 우린 서로 누군가의 사소한 부탁들을 철저히 짓밟는 일을 왕왕 저지르고는 합니다. 이를테면 멤사를 제시간에 쓰라고 그렇게 이야기 해도 나름 본인만의 그럴듯한 사유로 지키지 못하던가 (매우 미안합니다 다연..) 사유서를 미리 제출하라고 해도 꼭 시간이 지나고서 이야기 해야만 ‘아 맞다’ 하고 제출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사실 사암 특유의 빡빡한 일정들을 생각한다면, 그걸 제대로 해 냈던 저보다 뛰어났던 신입생 동기들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이 모든 것들을, 지난 주 오랜만에 신촌역에 내리면서 막연히 느꼈습니다. 졸업한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1년 반 너무나 익숙하게 느꼈던 모든 언어와 공기가 그리웠던 것 같습니다. 그리하여 여러분들을 보면서 떠오르는 감정은, 에프터에서 짧은 말과 부족한 글로 적는 멤사로는 다 표현이 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인사를 전하며, 새로 121기로 함께하게 될 신입생 여러분들이 사암에 자기만의 속도로 조금씩 스며들기를 기대하며 글은 이제 마무리 하렵니다. 반가웠습니다, 늘 하던대로 다시 또 봅시다.
**기획부장의 코멘트: 안녕하세요 120기 기획부장 이다연입니다. 이취임식과 LT 멤사가 마지막 멤사가 될 줄 알았던 영수오빠에게 이번 비오디 멤사를 부탁했답니다! 약간 멤사 최종__찐최종 느낌.
저번 영수오빠의 멤사에서도 느꼈지만 어김없이 이번에도 글이 아주 아련합니다… 내일 모레면 정모를 가는데도, 토요일 3시 30분이 그리워져요. 이정도 필력은 되어야 사암 회장 하나 봅니다. (시연오빠..?🧐)
저는 저번 학기 때만 해도 사암에서의 매 순간이 낯설었는데요, 아직도 낯섭니다. 매주 바뀌는 책과 발제, 토론 토의 테이블, 애프터, 그리고 사람들. 하지만, 그럼에도 변하지 않는 사암의 자리가 있다는 건 변칙으로 가득 찬 삶에서 확실한 위로가 되어요. 영수오빠의 마지막 말처럼, 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