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홍천 여름 캠프 멤사는 군 휴가중 캠프를 찾아주신 박상욱씨가 작성해주셨습니다. 멤사 담당 기획부원이 상욱씨의 부계에 올라온 장문의 글을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아 당장 멤사로 업로드 하고 싶다고 연락을 취했다고 합니다. 박상욱씨의 생각하고, 적고, 토론하는 부계 >> @_wjrdjsofla << 에 좋은 글이 정말 많습니다.  방문객 모두 환영하신다고 하네요 ㅎㅎ. 그럼 업로드자의 사담을 어서 줄이고.. 상욱씨의 멤사에 푹 빠져 한여름 밤의 꿈 같았던 그날들의 추억에 다시 한 번 취해봅시다.

이기자, 사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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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02

내 군생활 중 가장 멋진 휴가를 보낼 거라 기대한 휴가를 떠났다. 사암의 여름캠프를 앞둔 지 하루 전, 설레는 마음에 몇 날 밤을 잠 못 이루던 자대에서의 날들을 모두 망각한 체 기차에 올랐다. 경건한 마음으로 캠프에 가기 위해 약속을 잡지 않으려 했지만, 현 내 친구들 중 거의 가장 깊은 관계 중 한 명이라 할 수 있는 친구가 9월에 이민 비슷한 유학생활을 떠난다기에 한사코 마다하다(한사코라 하기엔 두 번째 꼬실 때 바로 달려갔다) 친구들을 만난 나는 역시 술을 거하게 마시고 새벽 3시에야 집에 들어가 짐을 챙겨야겠다는 의지만 잠깐 보여주며 가방 큰 거 하나 꺼내놓고 그대로 잠들었다.

2023.08.03

아뿔싸. 나도 이제 전 같지 않구나. 이런 게 숙취란 거구나. 여태 난 못 느낀다고 수많은 친구들을 조롱했었는데, 이 날 아침 과거의 그런 나 자신을 반성했다. 머리는 아프고..몰골은 말이 아니고..그래도 이 날만을 고대하며 기다렸는데, 엉망인 모습으로 갈 순 없었다. 빠트린 건 없는지 두 번 세 번 확인하고, 캠프 마지막 날이 복귀 날이었기 때문에 군복과 군화도 잊지 않고 챙겼다.(이럴 거면 왜 챙겼을까. 몸이라도 가볍게 다녀올걸..) 바리바리 싸든 짐을 양쪽 어깨에 들쳐 매고 서울역을 향했다. 이제 서울역에 여유 있게 내려서 물품보관함에 내 군복군화를 넣어두고 롯데마트에 도착해 어색하고 반가운 인사를 하하호호 나누면 된다. 룰루랄라 근데 물품보관함을 3일 정도 이용하면 얼마 정도 드려나? 사소한 궁금증에 지하철역을 향하며 검색해 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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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 초과시간을 계산하니 7만원 가량 나온다. 내가 캠프비를 4만원 내고 참가하는데..? 말도 안 돼..우선 무작정 우체국으로 향했는데, 어라 그럼 어디로 이걸 보내놓지? 부대로 보내면 난 뭘 입고 복귀해..? 서울역에도 택배를 받아주나..? 멘붕과 함께 시간은 눈치 없이 빠르게 흐르고, 결국 머리가 하얗게 채워진 나는 그 짐을 다 들고 부랴부랴 택시로 서울역으로 향했고, 처음 뵌 활동기수분들 앞에서 40분 지각한 선배가 돼버렸다..

어찌저찌 장을 다 보고 인사를 나누는 시간, 처음 보는 얼굴들도 많았고, 익숙한 얼굴도 있었고, 너무 보고 싶었는데 못 보던 사람도 있었다. 정말 모두가 반가웠고, 그때부터 행복했다. 앞으로 이 사람들이랑 함께라는 생각에 행복할 시간들이 기대돼서 행복해지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도착한 홍천 연수원, 두번째 봐도 설렌다. 짐을 풀고 들어간 계곡. 비가 내리고 시간이 좀 지난 다음 가서 그런지 수심은 작년보다 얕아 작년처럼 사람을 던지고 놀진 못했지만, 물이 얕아 던질 수 없다면 뭐, 우리가 물까지 다가가야지. 한 사람씩 엎어서 담그면 그만이다. 처음엔 역시 분위기를 주도하는 회장님, 찬하형 등등을 필두로 한 명씩 담그기 시작하더니 작년과 뭐가 달라졌냐는 듯 시간이 지나니 “뽀송뽀송한 사람 누구야?!”하며 거의 모두가 물에 빠진 생쥐 꼴이 될 때까지 서로를 빠트리며 놀았다. 아직 통성명도 안 한 사람들이 서로를 물에 빠트리고 담글 수 있다는 게 아직도 신기하다.

*손형동 씨가 남긴 명언 : 지금 날 담그는 게 누군진 좀 알고 담궈집시다!!

천진난만하게 놀고 나니 잊고 있던 허기가 찾아왔다. 캠프와 MT의 꽃, 바베큐! 사실 처음 세팅을 도와줄 당시, ‘운위들이 이번에 돈이 좀 많이 남았나’ 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고기가 많길래 당황했지만 당황한 기색을 숨기고 바베큐를 진행했는데, 고기를 굽기 시작한 지 10분? 15분 만에 내가 괜한 생각을 했구나 싶었다. 역시 우리 먹짱 사암인들..아직도 키가 크려는지 쑥쑥 잘 먹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불 앞에서 고기를 굽는데 더운 것보다 뿌듯함이 더 컸다. 모두가 고기 굽는 우리를 안타깝게 바라봤지만 계곡을 등지고 자갈 위, 불 앞에서 막 익은 고기를 집게로 집어먹는 게 얼마나 맛있는지 알면 그렇게 안타깝게 바라보진 않았을 텐데 싶을 만큼 진짜 최고의 고기 맛이었다. 불 옆이라 미지근해진 소주가 스테이크 앞에 놓여진 30년은 숙성된 와인이 된 착각이 들 정도의 맛이랄까. 나와 준모형은 다음 날엔 정기로 선배님과 자리를 해야 해서 첫째 날만 구웠지만 이틀 연속으로 묵묵히 고기를 구워준 규은이한테도 고맙다는 말과 리스펙을 전한다. 사실 첨엔 안 믿었지만 진짜 고기 잘 굽더라..인정할게 고잘굽!

이후 들어가서 마신 술은..기억하기 싫다..분명 나는 세상 재밌게 즐겼던 거 같은데, 눈뜨니 안마의자에서 다음날 아침을 맞이했다. 사람들 말로는 내가 해맑게 안녕~하면서 안마의자에 누워서 잠들었다는데 누군가 거기 문을 잠근 건지, 내가 취해서 문고리를 잘못 잡았는데 닫히면서 잠긴건지..문 잠그고 의자에 누워 자는 바람에 사람들이 깨우지도 못하고 많은 사람들이 안마의자도 이용 못하며 원성이 자자했다. 근데 전 진짜 그런 거 독차지하려고 문 잠그고 그런 사람이 아닌데…억울합니다..누군가의 음모일 거라 믿는다며 해명을 이어가면서 둘째 날이 시작됐다.

2023.08.04

회장님과 기획부의 ‘아무 계획 없는 계획’은 정말 전 날 전체 술의 2/3 이상을 해치운 사암인들에게 마치 혜안과 같았다. 사람들은 자유롭게 자신들이 꺼내먹고 싶은 걸 다같이 꺼내먹고, 노래가 부르고 싶으면 노래를 부르며 산책을 가고 싶으면 가고, 배드민턴이 치고 싶음 치며 보드게임을 하고 싶음 보드게임을 했다. 정말 말 그대로 ‘힐’이 필요했던 좀비들을 위한 힐링타임을 보내고 이 날의 탑, 정기로 선배님의 세미나를 들었다. 이전에 들었을 때는 내가 지금의 진로를 계획하고 있지 않았기에 막연히 대단하다 생각한 게 끝이었는데, 나름 내가 어떤 길을 걸을 거란 목표를 설정한 다음 들으니 정기로 선배님의 연대기가 그렇게 멋있어 보일 수 없었다. 선배님 왈, 인생의 멘토를 설정해 그를 관찰하며 자신을 가꾸라 하셨는데, 그 순간 제 멘토가 되셨습니다 선배님..그렇게 뜻깊은 세미나와 정말 소중했던 질의 시간도 흐르고 또다시 펼쳐진 바베큐 시간. 이렇게 말하기엔 조금 그렇지만, 사실 활동기수 분들이나 아직 사암에 가벼운 마음으로 활동하는 중일 수 있는 사람들이 정기로 선배님처럼 원로 선배와 같은 테이블에서 술을 마신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나였으면 술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르고 짠만 쳤을 듯..때문에 이젠 OB, 방구석 노인이 되어버린 나와 형동이형, 현 사암 회장인 준모형을 필두로 선배님 동서남북을 둘러싸며 파티를 시작했는데 정말 ‘어른과 술을 마신다는 건 이런거구나’싶었다. 단순히 인생에 대한 큰 틀에 대해 이야기해본 어른들과의 술자리는 여럿 있었어도, 내가 걸어가고자 하는 공학도의 삶, 나아가 사업가의 삶을 먼저 경험하신 선배님으로서의 인사이트, 조언, 빈말이시겠지만 빈말이 아닐 거 같은 내 든든한 백이 되어주신다는 응원까지, 물론 휴가 갯수 같은 걸 그 때 생각하진 않았지만, 이 날 바베큐를 먹으며 앉아있던 그 테이블에서의 자리만 생각한다 해도, 짧게 나눠서 휴일에 쓴 되게 비효율적인 내 휴가가 전혀 단 1도 아깝지 않다. 사실, 이 날 낮에 이번에 나가는 하반기 군장병 AI/SW 코딩 프로젝트 대회 지원서를 제출했는데 낮까지만 해도 없던 비장함이 생기게 해줬던 테이블이다. 지금도 이때 해주신 말씀들을 곱씹으며 이번 대회가 내가 걸을 길의 발판 중 하나라 생각하고 열심히 갈고 닭을 작정이다.

바베큐 에피소드를 끝으로, 정기로 선배님의 명언

*이기자!

이: 이런

기: 기회를

자: 자주 만들자!

바베큐가 끝나고, 올해도 어김없이 고사를 지냈다. 지난 캠프 때 워낙 거하게 질질 짜며 흑역사를 만들었기에..걱정했는데 다행히 이번엔 그러지 않고 덤덤하게 잘 마쳤다ㅋㅋ 지난 고사 땐 지난날들을 돌아보며 그 시간들을 털어내는 시간이라 울음이 터졌다면, 이번 고사에서는 정말 내 앞날, 함께 있는 사암인들의 앞날, 이 날 함께하지 못했던 사암인들의 앞날에 대한 응원을 바라고자 돼지님께 빌어서인지 울음보단 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술자리는..어김없이 죽었기 때문에 쓸 글이 없다..(박상욱..다시 강해져…)

2023.08.05~06(?)

대망의 캠프 마지막 날, 아쉬움이 잔뜩 남았지만 아쉬움을 뒤로하고 다들 집에 갈 준비를 했다. 나는 집이 아닌 자대로의 복귀를 준비한다는 게 너무 슬펐지만..그렇다고 탈영병이 될 순 없으니 눈물을 머금고 돌아가는 버스에 몸을 맡기고 뻗었다. 그렇게 서울역, 버스를 내린 후 우리는 마지막으로 한 끼 먹고 가자며 110기, 111기끼리 양식을 먹으러 가자 했는데 활동기수분들이 국밥을 먹으러 다같이 가는 모습을 보고 홀린 듯 따라갔다.(이때 국밥을 먹지 않았더라면…) 국밥집 사장님의 솜씨에 연신 감탄을 내뱉는 중, 내 옆에서 들리는 한 마디. ‘해장술’ 하..박상욱 이놈은 언제 인간이 될까. 3시간 뒤 복귀 기차를 타야 하는데 그 세 글자에 다시 가슴이 두근거렸다. 먼저 그 단어를 꺼낸 두 명은 아직도 자기들은 한 병만 먹고 일어나려 했다지만, 난 아직 부정한다. 내가 없어도 분명 더 먹으려 하지 않았을까..? 난 두 번째 병을 시키고 상황실 전화번호를 나지막이 띄워놨다.(이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옆에서 본 준모형은 ‘상욱이가 복귀 미루면 엠티 뒷풀이 가지~’라는 너무나도 큰 실언을 해버린다. 마침 최근에 휴가 중 인대가 늘어나 병원을 가느라 휴가를 연장하고 병원에 다녀온 선임의 케이스를 봤던 나는, 이 사람들과의 시간이 너무 고팠다. 들어가면 공부 운동만 반복하는 기숙학원에서 하루라도 더 탈출하고 싶은 수험생의 욕심 같은 마음이랄까. ‘에이 그래도 군댄데 이런 게 되겠어~’하며 커피나 마시고 가자는 의견에 카페에 앉아있는데, 나란 놈은 또 거기서 나와 상황실에 전화를 건다..행정병 후임정도랑 끝날 줄 알았던 얘기가 갑자기 당직사관님께까지 돌아가고..필승을 연신 외치며 어찌저찌 휴가를 하루 더 미루는 데 성공한 나는 커피를 쪽쪽 빨던 사람들의 휘둥그레진 눈을 보며 뭔가 잘못됨을 인지했지만, 이미 늦었다. 휴가 결재는 이뤄졌고, 이 사람들은 그대로 다시 내 포로가 됐다. 결국 신촌으로 향하기로 한 우리는 집이 가까운 몇 명은 집에 짐을 두고, 집이 먼 나머지는 신촌역 근처 방을 대실해 말도 안 되는 몰골을 좀 씻고 짐을 신촌역 물품보관함에 넣어둔 뒤 캠프 뒷풀이로 향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미친 짓을 벌인 거 같은데, 사실 이런 말도 안 되는 짓들을 하는 군생활을 보내는 게 스스로 참 마음에 든다. 나중에 또 술안주 삼을 에피소드, 돌이켜볼 추억 하나를 만든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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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우당탕탕한 내 휴가는 지나갔다. 한 때 남겼던 내 회장 이임사에서 말했듯, 내게 사암은 행복하지 못할 것 같던 내게 행복을 알게 해준 동아리다. 물론 행복하는 법을 사암에서 배운 후, 군생활을 하는 지금까지도 행복했지만, 오랜만에 캠프를 오니 다시금 내가 활동하던 그때의 향수가 느껴짐에 가슴이 벅차고 뭉클했다. 누군가 사암은 자신의 화양연화라 했던가. 참 멋지고 딱 맞는 말인 거 같다. 멋진 사람들아, 고마운 사람들아, 나와 닿아줘서 고맙고, 함께해 줬음에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당신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할 테니, 당신들도 내 곁에 있어주기를. 내가 당신들 곁에서 행복한 만큼, 당신들도 내 곁에서 행복해주기를. 간절히 빌며 이 글을 적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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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휴가 ㅎㅎ..만날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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