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멤사는 118기 김영수 님께서 작성해주셨습니다:)
안녕하세요 118기 김영수입니다. 이번 커리는 자랑스러운 편집부원의 일원이죠, 119기 노묘진이 골라온 계급횡단자들 혹은 비-재생산이라는 흥미로운 제목의 책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모두, 낯선 단어입니다. 그러나 제목에서부터 책이 어떻게 내용을 이야기 해 나갈지 암시해주고 있어요. 먼저 ‘재생산’을 이해하고, 그리고 그것을 하지 않는 ‘비-재생산’이라는 흥미로운 현상을 다루겠다는 겁니다. 그 과정에서 ‘계급횡단자’라는 단어는 조심스럽고 단단하게 정의된 것이구요. 끊임없이 무엇에 대해서 이야기 할 수 있고, 어떤 것을 배제해야 하고, 어떤 부분에 집중하면서 계급횡단자들을 분석할 수 있는지 고민하는 책 입니다.
책의 첫 인상은 어려었습니다. 스르륵 페이지를 넘겨 마주한 문장 하나하나들이 너무나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는 것 같아 보였기 때문이죠. 그러나 천천히 흐름을 따라가보니 그런 오해가 많이 풀렸습니다. 치밀하게 적힌 문장 하나하나가, 매번 생각의 이정표로 기능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논의가 질질 끄는 것을 감수하면서 까지, 친절하려고 노력한다 느껴지더군요. 실제로 읽기 어렵지 않았다는 사암분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책을 접하면서 부르디외의 아비투스 혹은 문화자본에 대한 이론이 저는 참 재미있었습니다. 몇 달 전 친구와 취향에 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가졌던 작은 생각의 조각들을 부르디외 아저씨는 이미 오래전에 고민하고, 나름의 이론으로 정립해 놓았더라구요. 과학이 세상을 해상도 높게 볼 수 있게 해줘서 유익하다 느끼는데, 과학만 하는게 아니었습니다. 나와 우리 그리고 세상의 상호작용을 치열하게 분석한 이런 공부도 정말 재미있고 유익해 보였습니다. 실제로 부르디외가 없었으면 제가 이만큼 지식을 공부할 수 있었을까요?
아무튼, 흥미로운 책을 읽을 수 있었어서 참 좋았고, 토론도 여러므로 즐거웠습니다. 토론을 제법 하다보니, 그 주제에 대한 기묘하고 신비한 근거라는 무기를 찾아서 이기겠다! 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마치 대단한 논리로 법정을 일순간에 뒤집는 변호사에 대한 환상처럼 말이죠. 그런 건 거의 없잖습니까? 나의 주장을 치밀하게 이야기하고, 상대방의 주장을 잘 들은 뒤 , 내 근거가 더 중요하고 핵심적이다는 것을 다양하게 설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그런 의견들이 이리저리 목소리로 떠다닐때, 그것을 위치화 시키고 정확하게 습득하여 머릿 속에서 다룰 수 있게 연습하는 것들! 그것이 사암 토론에서 배양될 수 있는 참 좋은 능력 같습니다. 그 과정에서, 때론 상대방의 근거를 인정하기도 하고, 때론 뒤집어서 나의 보충 의견으로 가져오려 시도하기도 하구요. 이번 토론에서도 그리하려 노력했고, 특히 상대측이 워낙 준비를 잘해주고, 논리나 비유, 접근들이 설득력 있어서 이야기가 참 재미있었습니다. 요즘은 토요일 마다 하는 게임같기도 해요. 기술적인 것을 떠나서, 멋진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들이 즐겁고, 퍼즐같기도 하고 참 재밌습니다.
이번 커리는 117기의 마지막 커리였습니다. 고생 정말 많았습니다. 아직 117기와의 사암에서의 토론이 끝났다는 것이 전-혀 실감나지 않습니다. 차라리 이젠 멋진 대학생이자 어른으로서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나눌 준비를 마쳤다고 하면 그나마 납득이 될까요. 여러분과 함께한 순간들은 대단한 행운이었습니다. 졸업 후 더 많은 행운을 찾아 가보자구요. 그럼, 캠프에서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