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122기 박세준입니다.
<타인의 얼굴>이라는 책을 읽으며, 무한 끄덕거릴 만큼 개인적으로 공감되는 이야기가 많았어요!
레비나스가 말하는 인간의 주체는 두 가지였죠! 하나는 자기 자신을 무한히 확장하려는 향유의 개별 주체이고, 다른 하나는 타인과의 윤리적 관계를 통해 실현되는 환대의 주체!
레비나스에게 악은 나의 존재를 내세우며 타자를 말살하는 것이고 선은 타자를 수용하고 환대하며 타자를 위해 책임지는 것이나, 나의 나됨이 타인의 존재로 환원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 즉 윤리적 관계란 두 항의 분리를 전제한다는 점이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토론 발제인 ‘예술가는 표현의 자유보다 타자에 대한 윤리적 책임을 우선해야 한다’에서는 반대측으로 참여했는데요. 사실 원래는 찬성측의 입장에 더 가까운 사람이었습니다! 다만 발제 댓글을 작성하지 못해 반대측으로 배정되었어요.. 그런데 토론을 준비하다 보니 반대측의 근거를 정립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반대측의 논리에 설득되는 경험을 하기도 했습니다!
찬성측 분께 ‘타인에 대한 윤리적 책임을 우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레비나스 철학을 근거로 한 것인지 여쭤보고, 이후 레비나스는 향유의 주체와 환대의 주체를 분리하여 바라보고 있으므로 나의 나됨, 즉 자기성이 없이는 윤리적 관계 역시 성립할 수 없다고 보았다는 점을 말씀드렸습니다! 예술의 영역에서도 예술가의 자기표현이 선행되어야 하며, 둘 중 어느 한쪽이 절대적으로 우선되는 순간 예술 본연의 의미가 훼손되는 것은 아닌지에 관해서요!
반대로 찬성측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이야기는, 윤리적 책임을 다하지 못한 작품의 사례로 노골적인 혐오 영화가 아니라 <7번방의 선물>과 같은 영화를 제시했다는 점이었습니다. 특정 계층을 사회적 약자로 바라보고, 감독의 의도와 흐름에 따라 그들을 연민과 수혜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도록 유도하는 작품 역시 관객의 감정을 일정한 방향으로 이끌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는 말씀이 흥미로웠습니다!
첫 번째 토의 발제인 ’우리는 오늘날 레비나스가 말한 것처럼 타인에게 책임을 지며 살아가고 있을까?’에서는 레비나스가 상당히 이상적인 입장을 제시한 것 같다는 의견이 많이 나왔습니다. 저는 우리가 이미 타인에 대한 책임을 어느 정도는 지고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다른 분께서는 레비나스가 인간이 타인에게 보이는 본능적이고 방어적인 반응을 다소 간과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을 말씀하시기도 했습니다.
꼭 타인의 고통을 모두 해결하거나 실천으로 옮기지 않더라도, 타인의 고통을 인지하고 수평적 관계로 바라보려는 마음가짐 자체도 충분히 의미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두 번째 토의 발제인 ‘철학은 윤리적이어야 하는가’에서는 이야기가 확장되어 최근 특정 고등학교나 유명 연예인이 사용한 정치적 맥락의 혐오 표현에 대한 이야기까지 나왔습니다. 그 표현이 옳고 그른지를 넘어, 왜 그런 표현을 사용하게 되었는지, 또 왜 특정 브랜드의 불매운동이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거나 공감하지 않았는지를 함께 살펴봐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왔는데요. 물론 사실 어느 한쪽에만 책임이 있다고 할 수는 없겠죠!
그러나 모든 철학이 반드시 윤리적일 필요는 없더라도, 그 철학이 현실에서 실천될 때에는 윤리에 대한 고민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이 발제 역시 굉장히 흥미롭게 다가왔습니다!
사암에서의 마지막 독서토론, 그리고 이번 학기의 마지막 독서토론이었습니다. 한 학기 동안 활동하면서 사암이라는 곳에 엄청난 애정이 스며들게 되었고, 사암 사람들도 더 좋아하게 된 것 같습니다!
그래서 120기 분들과 헤어지는 것이 정말 많이 아쉽고 슬픕니다. ㅠㅠ 🥹❤️
**기획부장의 코멘트: 난이도가 있지만 그만큼 재밌고 논의가 열렬히 오갔던 커리였습니다. 그렇지만 너무 어려웠던 탓일까요… 애프터 2차에서는 너무 웃기고… 웃긴 얘기를 잔뜩 해서 배가 아플 정도로 웃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번 학기 마지막 독서토론이었던 커리를 잘 정리해준 세준오빠에게 감사하구요, ‘타인의 얼굴’ 토론을 잘 곱씹어보며… 120기의 얼굴도.. 잊지 않을게요ㅠㅠ(아직 졸업식 안 함..ㅋㅋ)
